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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NP

넷플릭스 박보영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후기

by 슬비하이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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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간호사가 보는 넷플릭스 박보영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안녕하세요,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3,4,5화를 봤어요.
1,2화 후기는 따로따로 남겼었는데  
우선 4화에서 나왔던 망상환자에 대해 진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약 12년간 지내면서 많은 망상환자분들을 봐왔지만 사실 저한테도 소위 
드라마에서 말하다시피 꽂힌 환자분이 계셨는데 
박보영 님처럼 아주 간단한 이유나 다름없었죠. 
박보영 님이 사물검사를 하면서 그게 발단이 되고
계속해서 3000만 원 훔쳐갔단 얘길 하면서 계속 쫓아다니고 
벽에 낙서를 하고 머리채를 잡고 하는..
나는 주로 남자병동에서 일했기 때문에 죽여버린다는 등의 말을 많이 듣곤 했는데 
내가 간식비를 빼갔다 등 정말 다양한 이유들로 꽂혀서 
일하는 내내 쫓아다니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꼬투리 잡아서 화내고 언성 높이고 
그게 진짜 겪어보지 않으면 뭐라고 말할 수가 없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 끙끙 퇴원하기만을, 약물이 빨리 퍼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매번 주의전환에도 한계가 있고.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안경 쓴 남자환자가 3000만 골드 라면서 나는 샤샤샥하면 금방 얻어낼 수 있는 거라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카드같은 걸 내미는데 
물론 내가 3000만원을3000만 원을 훔쳐간 적도 3000만 원을 갚을 일도 없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말도 안되는 이 일들이 너무 지쳐서 진짜 딱 5분만이라도 쉬고 싶을 때 
엄청나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 
그래서 난 지금까지 버텼다. 

아직도 기억나는 선물이 있다면
조현병 환자분이 있었는데 우리는 간식비로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주문할 수는 없는 시스템이었다.
생일이 오기 며칠전 언제가 내 생일이라면서 장난치듯 다른 환자와 얘기 나눈 걸 들었는지 
그 전날 간식 물품 주문해서 당일에 받는 시스템이었는데 전날부터 미리 주문해서 시켜놓고 
내가 출근하니까 생일선물이라면서 줬다 
2000원짜리 컵이었는데 내 생일이 언제다 라는 얘길 듣고 계속 물품리스트를 보는데 
아무래도 이게 가장 좋은 물건인 것 같아 컵을 선물하게 되었다는.. 
살짝 찡긋했다. 2000원이면 빵과 우유를 시키고도 남는 큰돈인데 
그 돈을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빵, 우유를 포기하고 주문했다는 게 
이런 일들이 내가 정신과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탁구

사실 정신건강의학과병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탁구와 종이접기 아닐까 싶다
학생일 때도 실습 나가서 종이 접기로 만든 학 같은 걸 받은 적이 있었는데 
간호사가 되고 나서도 나는 종이접기로 만든 거북이, 바구니 등을 많이 받았었다. 
집이 이사하는 동안 계속 갖고 다닐만큼 이제 나를 넘어서 우리 아빠는 그 종이접기 작품에 
애정이 꽤 많다. 
어쨋든 다시 탁구 얘기로 돌아와서 
내가 신규간호사 때부터 항상 휴게실에 탁구대가 있었는데 
환자들은 간호사들이 항상 바쁘고 하다 보니 탁구나 오목을 같이 두는 걸 좋아했다. 
빙 둘러서 환자와 대결하는 간호사를 보고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나온 박보영 님처럼 
탁구를 엄청나게 못하거나 잘하는 간호사가 있다면 엄청 구경하고 
같이 치고싶어했다. 
나는 처음 갔을 때 알코올환자분께 탁구를 배워서 꽤나 열심히 배웠는데 
운동신경이 좋지 않아 잘하지는 못했다. 
가끔 환자분이 나 운동시킨다고 이리 보내고 저리 보내고 했었는데 

우리 병원은 1년에 한번 탁구대회를 열고 보호사님이랑 여자환자, 남자환자와 간호사 
이렇게 팀을 했었다. 
티도 맞추고 상품도 걸려있고 
처음에는 웃으면서 치다가 간호사가 못하면 환자분이 살짝 예민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 때쯤 되면 간호사들이 탁구연습을 엄청한다. 
물론 나는 진짜 너무 화나실까 봐 참여를 안 했었지만 ㅎㅎㅎㅎ
그런 이벤트가 자주 있으면 좋지만 생각보다 하는 게 쉽지 않고 코로나 이전에 없어졌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뭐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환자분들이랑 같이 시간보내는 게 엄청 재밌었고 
나도 환자분 자존감 높여주기 위해 오목도 같이 하고 져주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럴 때면 꼭 옆에서 훈수 두시는 환자분들이 
"아니 환자도 하나 못 이기면서 어떻게 그 머리로 간호사를 해요?" 라면서 
얘기하기도 한다.. 
사실 저 얘기에 순간 발끈해서 이기기도 했는데 
자신감 없던 환자라 나 하나 못 이긴다고 우울해해서 다시 져드렸다. 
적다 보면 웃음 지어지는 게 생각보다 NP 생활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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